Ludic의 [공간]
D-1→0 부동산은 통수와 기적. 마지막 짐싸기와 마음의 준비 본문
오늘은 아침부터 환전을 했다. 엔화는 왜 자꾸 오른거야 ㅅㅂ 미리 할 걸. 사실은 어제 저녁 하나은행 어플로 하려고 했는데 1일 지급 한도 초과가 떠서 한도를 늘려놨다. 근데도 안됨ㅋ 아버지가 영업시간이 아니라 한도 늘린게 전산에 미적용되서 그럴거라고 아침에 다시 하라고 하셨다. 그래서 아침에 일어나서 하나1Q를 들어가니 대기자가 14783명이야. 그걸 기다려서 소박하게 10만엔만 하자고 했다. 응 안돼~ 돌아가~ 좆같아서 그냥 우리WON뱅킹으로 하니까 아주 스무스하게 환전되더라. 하나은행 개X끼들아!
우리은행 지점을 가서 돈을 받는데도 한참이 걸렸다. 역시 월요일은 은행이 붐비니까 다들 나처럼 멍청하게 시간 버리지 말자. 마지막으로 가족과 짜장면을 먹고 배터리를 교체받으러 삼성 서비스센터로 갔다. 가면서 U+에 전화해 장기 일시정지를 신청하려니 비행기 티켓보여달라고 하더라. 자동체크인은 해놨지만 표가 당장은 없어서 모바일팩스로 보내겠다고 했다. 아무도 안 알려줬다기 보단 내가 안 알아봤던 것 같다. 아무튼 부재로 인한 장기 일시정지는 증명서류로 비행기표가 필요하다.
삼성서비스센터에서도 1시간 반을 기다려야 했다. 그동안 나는 사기누마까지 가면 어떤 순서로 워홀 3종세트를 해야 할까 알아봤다. 전날 밤에는 인터넷에 대해 엄청나게 파고들었고. 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몰랐다. 나는 아직도 1뚝조차 쓰고 있지 않았다는 걸.
삼성서비스센터에서 핸드폰 배터리를 교체받고 딱 잠금을 풀었는데 핸드폰이 뜨겁다. 기사에게 물어보니 쓰던 배터리가 바꿀때 됐다고 해서 역시 Nice Choice! 라고 속으로 외치던 순간 부동산으로부터 라인이 왔다. 액정필름도 바꿔야해서 잘 읽히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보이는 글자가 있었다.
'残念ながら'
그렇다. 나는 출국 15시간 전에 통수를 맞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액정필름 부착을 받는 10분이 정말 10년만 같았다. 집으로 가는 버스에서 미친 놈처럼 홈즈를 뒤졌다. 하지만 이미 버렸던 패들 아닌가. 결국 시발 길바닥에 내앉는건가 했다. 그때, 처음에 날 통수쳤던 부동산에서 메일이 왔다. 또 니시후나바시 얘기겠지 그거 존나 비싸서 못간다고 하면서 열어봤다. 아니었다. 내가 물어봤던 후나바시 방 취소되었으니 다시 소개 가능하다고.
?????!!!!!
그렇다. 나는 출국 14시간 30분 전에 기적을 만났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집으로 뛰어가서 답장했다. 닥치고 현금들고 갈거니까 계약서 작성해놓으라고. 나갈때 한 달치 위약금은 인터넷 비용을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니니까. 아키바에 가려면 후나바시가 압도적으로 좋으니까. 동네 야구단까지 알아봐놨던 후나바시니까. 그래. 나는 아직도 확정된 것은 아니다. 만약 내일 가서도 통수를 치면 죽빵을 갈길 예정이다.
그렇게 허겁지겁 허겁지겁 하다보니 한국에 있을 시간이 진짜 얼마 안 남았다. 사무실에 가서 토익 성적표도 복사하고 디자인했던 명함 샘플들도 가져오는길, 24시간 뒤에 내가 걸을 길은 일본에 있겠다란 생각을 하니 뭔가 벅차면서도 울컥한 심정이었다.
진에어 위탁수화물은 기본이 15KG이고 나는 번들서비스로 스마트 플러스를 신청해 위탁수화물이 최대 20KG까지 늘어났다. 분명 어제는 아슬아슬하게 20KG 안되던 큰 캐리어가 오늘 재보니 대충 22KG이었다. 근데 기내 캐리어가 13KG이다. 백팩도 노트북까지 넣고 매어보니 5KG은 될 듯 싶었다. 결국 그냥 카운터에서 추가요금 내자고 부모님이랑 결정했다. 워홀에 데스크탑을 가져가는 X신이 어딨냐고 하겠지만 나의 경우 컴퓨터를 써야만 밥을 벌어먹는 사람인데다 아무래도 집에서는 거의 데스크탑만 썼던지라 한국에 두고 갈 수가 없었다(여러모로). 아무튼 힘겹고 힘겹게 짐정리 다하고 글을 쓰다보니 하루가 또 지나가버렸다. 아마 일본에 가면 처음에 너무 바빠서 글을 쓸 수 있을 지 모르겠다. 그보다 아직도 내가 잘 해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
떨리지 않을것 같던 밤. 지금의 나는 무척 동요하고 있다. 하지만 오늘의 나는 그 어떤 때의 나보다 멀리 한 걸음을 내딛고 있다. 나는 그런 나를 믿는다. 한국에서 쓰는 올해의 마지막 글. 그럼, 안녕,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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